[조맹기 논평] [만물상] 독일, 대만식 ‘인생 진로 결정법’.
- 자언련

- 2023년 12월 30일
- 6분 분량
독일은 한 곳을 깊게 파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들은 ‘법의 지배’를 엄격하게 시행한다. 그 만큼 개인성이 확연하게 확립되어있다. 집단적 사고로 그들은 1, 2차 대전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그 성찰이 몸에 베여있다. 물론 그들의 사고는 범위를 좁힌다. 결국은 좁고, 깊은 길이 ‘좁은 문’, 즉 생명의 문화를 성공시킨다. 지금 독일이 안고 있는 문화는 동구권에서 오는 포퓰리즘이 문제가 된다. 그 문화를 걷어내면, 독일은 다시 우뚝선다. 그 만큼 그들에게 좁고, 깊이를 더해가는 문화가 있다. 대한민국도 섬세한 손놀림이 장점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정치화가 심화되면서, 사회는 포퓰리즘으로 망가지고 있다.
중앙일보 최준호 과학 전문기자·논설위원(2023.12.29.),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한 ‘경제통’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집단 사고에 갇힌 정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깊이가 없이 넓이만 가진 문화에서 포퓰리즘은 독이 될 수 있다. 포퓰리즘의 집단적 사고가 몰입되면 순발력이 있어 보이지만, 돌아서면 부실공사가 된다. 그 공사를 반복하면서 역사를 만들어 간다. 결과적으로 지나고 보면, 전혀 앞으로 가지 못한 꼴이 된다. 지금 시대는 전문성이 확고한 가운데, 집단적 사고가 필요하지, 집단적 사고에서 전문성을 꿰어맞출 수는 없다. “비명계라 공천이 어려워져서 불출마하는 건가-‘전혀 아니다. 정세균·이낙연 전 총리 등과 정책 공부를 하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경제 비전을 만든 사람이 나다. 경제전문가로 민간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초선의원을 친명·비명으로 구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22대 총선 불출마는 내가 세상을 보는 잣대와 현재의 정치권이 가진 한계에 대한 간극 때문이다.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과거의 관성 때문에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되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민주당 의원이니 당리당략 차원에서 저런 말을 한다’라고 받아들인다. 정치인이 아닐 때보다 영향력이 더 없어졌다. 우리 사회를 바꿔보고자 정치권에 들어왔는데, 정치인으로서는 이 간극을 메울만한 능력도, 세력도 없다고 느꼈다.’ 성명서에서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언급했는데= ‘정치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거다. ‘후진적’이라고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게 관점이 현재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거다.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앞에 어마어마한 난관이 있고 이걸 정치가 돌파해야 하는 데, 그게 안 된다.”
매일경제신문 최광해 칼럼니스트·전 국제통화기금 대리이사(12.28), 〈매경의 창] 오! 거룩한 포퓰리즘〉, 위기 탈출용 포퓰리즘은 공급사이드 경제학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게 관행화되면 기업을 망치게 된다. 그 만큼 위험하다. 집단적 사고에 몰입되면, 그 힘에 도취하게 된다. 그후부터는 카르텔을 형성케 되고, 권력 투쟁이 일어난다. “2008년 닥쳐온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홍콩 정부는 모든 가구에 전기요금을 월 300달러 범위에서 지원해주기로 했다. 210만가구를 돕기 위해 동원된 예산은 47억홍콩달러였다. 그해 홍콩 예산의 1.6%에 해당하는 규모였기 때문에 이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홍콩 언론이 붙인 타이틀이 바로 오 홀리 포퓰리즘(거룩한 포퓰리즘)이었다. 언론의 비판적인 의도와 달리 이 정책은 환영과 지지를 받았고 그 후에도 두세 차례 시행되었다. 제목 그대로 성공한 포퓰리즘이 된 것이다. 포퓰리즘을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선심성 정책이라고 정의한다면 민주주의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유권자에게 선택을 받아야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보면 포퓰리즘 경쟁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성공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차이는 포퓰리즘 유무보다 포퓰리즘적 정책이 시장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저해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홍콩 정부가 쌓아둔 정부 저축을 활용하지 않고 전기회사에 압력을 넣어 전기요금을 낮추도록 했다면 경제를 어렵게 만든 나쁜 포퓰리즘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전기회사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게 전기를 팔아야 하고 회사가 부실해져 전력 과소비 등 경제 전체의 비효율로 이어졌을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서민과 중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홍콩과 같은 재정 지원이 아니라 전기요금 억누르기를 하고 있다. 탈원전을 이유로 가격 통제로 일관한 지난 정부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전기요금을 옥죄어 한국전력을 부실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나쁜 포퓰리즘에 해당한다.”
국내 포퓰리즘 전선기를 맞이했다. 정치권에서는 ‘4·15부정선거’도 따지고 보면 포퓰리즘의 결과이다. 포퓰리즘으로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아간다. 중국의 홍위병 문화를 닮아간다. 집단체면술에 걸린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12.29), 〈비극을 정치화하는 사람들, 거울 속 제 얼굴부터 보길〉,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의 사망을 두고 “국가 수사 권력에 의해 무고한 국민이 또 희생됐다”는 글을 썼다 지웠다. 이씨 죽음은 안타깝지만 불행히도 마약 투여 혐의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장동·백현동 비리,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등 총 7개 사건 10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갑자기 이선균씨 동정에 나선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자신도 부당한 수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포퓰리즘이 되지 않는 영역은 수학이다. 수학은 깊이가 생명이다. 그런데 그 장점을 묵살시킨다. 물론 사회정책을 다루는 인사는 많은 독서로 사건의 현장을 논리적 인과관계를 뽑아낸다. 그 때도 결국은 논리학이나, 수학적 영역의 사고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서화동 논설위원(12.28), “[천자칼럼] 수학지옥 vs 수학필수한국은 수학 선진국이다. 지난해 2월 국제수학연맹은 4그룹이던 한국의 수학 국가등급을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시켰다. 1981년 연맹에 최하 등급으로 가입해 최단기간에 최고 등급에 올랐다. 현재 5그룹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독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영국 일본 중국 등 12개국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서도 37개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수학 순위는 1~2위로 최상위권이었다. 이런 수학 선진국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나라’라는 건 아이러니다. PISA에서 수학 성적을 6등급으로 나눴을 때 상위권 비율은 22.9%, 최하위 6등급 비율은 16.2%였다. 하위권 비율은 2009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들의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분산추이도는 98.1%로 OECD 최고였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도 많지만 수포자가 많다는 얘기다. 고학년이 될수록 수포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자신을 수포자로 생각한다는 비율이 초등 11.6%, 중학교 22.6%, 고교 2학년 32.3%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교육부가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을 빼기로 해 논란이다. 이공계 학생도 문과 수준의 수학 시험만 보게 한다는 것으로, 학력 저하와 그에 따른 첨단 과학기술 인재 양성 차질이 우려된다. “미적분을 모르면 인공지능의 기본 원리도 가르치기 어렵다”는 학계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깊이를 싫어하면 교육 포퓰리즘은 괄목하게 된다. 역대 장관도 날라리들이 많다. 동아일보 이은택 정책사회부 차장(12. 28), 〈교육부는 어떻게 대학을 망쳐왔나〉, “어느 날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에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삼성전자, 현대차는 스마트폰과 신차 가격 동결에 동참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동결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고 지원금도 줄인다면. “여기가 평양이냐”는 힐난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이 자유시장경제 원칙이 당연한 듯 배제되어 온 분야가 있다. 대학 등록금이다. 26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내년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을 5.64%로 발표하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에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말은 당부인데, 당사자에게는 협박으로 들린다. 10년 넘게 되풀이 중이다. 땅도 자원도 빈약한 한국은 교육과 똑똑한 인재들 덕분에 이만큼 발전했다. 그런데 그 교육이 대학부터 무너지고 있다. 최근 만난 한 대학 관계자는 현실을 털어놨다. “학부는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조차 무너졌다. 입학하자마자 반수 시작해서 제주대 약대라도 가려 한다. 메디컬(의약학 계열) 빼고는 초토화됐다. 대학원은 정원도 못 채우고 고도의 학문 연구 기능은 없어진 지 오래다. 국내외 인재를 모셔 오고 싶어도 희망 연봉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
메디컬 부분은 아직도 도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술 전수에서 포퓰리즘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그게 대한민국 교육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고도의 머리와 손재주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것도 교육이 100년 대계를 가능케 만든다. 스카이데일리 김태산 前체코북한무역 대표·남북함께국민연합 상임대표(12.28), 〈김일성도 못 한 걸 나는 단박에 해치웠다〉, “북한에는 김일성 가문을 위한 전문병원과 그 병원을 위한 특급 중앙기관인 보건1국이 있다. 또 김일성 가문을 위한 약품과 의료기구를 수입하는 전문 무역회사와 수입 약을 인체 실험하는 병원도 따로 있다. 김일성을 위한 만수무강연구소까지 있다. 그런데도 김일성은 생전에 그렇게도 없애고 싶어 했던 얼굴의 검버섯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 김정일이는 김일성 곁에 분장사를 두고 얼굴의 검버섯을 화장으로 감추라고 했다. 그러나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일성은 외교 석상에서도 자기는 빨치산 투쟁을 할 때 추운 겨울에 한지에서 자면서 얼굴이 너무 얼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항상 변명하곤 했다.김일성에 비하면 나 같은 사람은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나는 겨우 10분 만에 단돈 12만 원을 내고 김일성이 그렇게 지우고 싶어도 못 지운 채 일생을 달고 살았던 검은 흔적들을 말끔히 지웠다. 그러니 내가 감격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한국경제신문 심은지 건설부동산부 기자(12.28), 〈[취재수첩] 젊은 엔지니어 못 키우면 '新중동 붐' 물거품 된다〉, “젊은 엔지니어 못 키우면 '新중동 붐' 물거품 된다“입사 때부터 해외 현장에서 근무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가족과 친구가 그리울 때도 있지만 프로젝트를 한 단계씩 완성할 때 느끼는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도전 2024, 신중동 붐을 잡아라’(본지 12월 26일자 A1, 4면, 27일자 A4면, 28일자 A8면) 기획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이달 초 사우디 리야드·주바일, 카타르 도하 등을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중년 엔지니어는 현장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다. 하지만 후배 엔지니어가 없다는 말을 할 때 얼굴에 근심이 역력했다. 중동은 대형 건설 발주가 잇따르면서 엔지니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역이다. 전체 사업비만 10조원이 넘는 이른바 ‘기가 프로젝트’가 즐비한 사우디가 대표적이다. 2010년 사우디에 근무한 엔지니어는 20만 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100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 중 40%가 외국인이다.”
교육 포퓰리즘으로 건달 양산하지 말고, 깊이를 더해가는 100년 대계가 필요하다. 1980년 대학 양산한 포퓰리즘이 지금 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정책하는 인사야 그 때 땜질을 하지만, 그 후유증은 40년 후에 나타난 것이다. 조선일보 김홍수 논설위원(12.27), 〈[만물상] 독일, 대만식 ‘인생 진로 결정법’〉, 산업재해도 어릴 때 기술을 익히면 사고가 적게 난다. “독일 초등학교는 4년제다. 4학년 말이 되면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학업 성적과 학습 태도, 성실성 등을 근거로, 대학에 갈 학생인지, 직업학교행 학생인지 통보한다. 대학 진학 코스인 김나지움엔 전체 학생의 30% 정도만 간다...▶독일 학부모들이 자녀의 직업학교행 통보를 대부분 수용하는 이유는 독일 직업교육 제도가 워낙 믿을만하고, 기능인의 삶이 대졸자 못지않게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5~10년 실업 학교를 거친 다음, 기업과 정부가 함께 운영하는 3~4년제 전문 기술학교에 진학해 월급을 받으며 기술을 배운다. 졸업 후 기업에 취업하면 급여를 대졸자 임금의 90% 이상 받는다. 기술을 더 익혀 ‘마이스터’ 자격을 따면 대졸자 이상의 대우를 받고 직업학교 교사도 될 수 있다. ▶중세 동업자 조합인 길드(guild)의 도제식 교육법이 독일 직업교육의 뿌리라고 하는데, 아시아권에도 성공 사례가 있다. 대만에선 중학교 3학년 때 대학 진학을 위한 일반고와 직업학교(대부분 공업고) 진학으로 진로가 나뉜다...▶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교육 등에서 과도한 경쟁이 저출생의 원인”이라고 했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전국 제조업 공장에서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고교 졸업생 70%가 대학을 진학하는데 구직을 포기한 채 집에서 노는 청년이 68만명에 달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에 돈을 쓰느라 부모들은 노후 대비를 못 해 노인 빈곤율이 세계 1위다. 독일·대만식 청소년 진로 결정 모델이 우리나라에선 정말 불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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