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국민연합 칼럼] 불이 난 기관실에서 침묵하는 망루.
- 자언련

- 1월 9일
- 2분 분량
경기남부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논란은 지역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안은 대한민국 산업의 기관실을 어디에 둘 것인가, 국가 경쟁력의 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국가 전략의 문제다.
그럼에도 지금 정치권의 태도는 가볍고, 언론은 지나치게 조용하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놓고 결단보다 말이 앞섰다.
국가 전략 산업을 둘러싼 논의는 치밀한 검토와 책임 있는 판단이 전제돼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통령은 “남쪽으로 눈길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균형발전이라는 말은 언제나 옳다. 그러나 옳은 말이 곧바로 옳은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왜 지금인가, 어떤 대안이 검토됐는지, 국가 전체의 손익 계산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 산업의 향방이 흔들리는 국면에서 언론은 질문해야 한다.
정치적 발언이 전략에 근거한 것인지, 선거 지형을 고려한 언어인지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언론은 대부분 정치권의 발언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검증은 실종됐고, 책임은 흐려졌다.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정책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생명으로 한다.
기업은 선거 주기가 아니라 수십 년의 시간을 기준으로 투자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 계산에 따라 국가 전략이 흔들린다면 누가 이 나라의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언론은 이 기본 원칙을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위치에 있다.
집권당의 태도 또한 실망스럽다.
반도체를 국가 먹거리라 부르면서도 판단의 중심에는 경기남부 표심이 놓여 있다.
이전은 필요하지만 표가 걱정된다는 계산이 정책 논리처럼 포장된다.
국가 전략 산업을 다루는 태도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책임감이 부족하다.
이 장면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의 천성산 도룡뇽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국책 사업은 상징과 정치적 명분 속에서 흔들렸고, 언론은 갈등의 중계자가 되는 데 머물렀다.
결과는 정책 신뢰의 훼손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었다.
국가적 숙고가 실종될 때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는 이미 경험으로 확인한 바 있다.
지금의 반도체 논쟁은 그보다 훨씬 무겁다.
환경 상징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 주권과 산업 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론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권력을 불편하게 할 질문 대신, 안전한 거리에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언론의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질문하지 않는 순간, 언론은 감시자가 아니라 방관자가 된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질문의 강도가 달라진다면, 그 언론은 공론장의 수호자가 아니라 정치 환경의 일부로 전락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전 찬반의 구호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국가 경쟁력이라는 기준으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검증이다.
정치가 표를 계산할수록, 언론은 국가의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
불이 난 기관실에서 망루가 ‘침묵’한다면, 그 배는 결국 ‘침몰’한다.
지금의 조용함은 평온과 안정이 아니다.
그것은 경고음을 끈 선택이며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그리 늦지 않은 때에 국가 경쟁력 약화와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는 수렁으로 돌아올 것이다.
2026. 1. 9 자유언론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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