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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국민연합 칼럼] 불을 두려워하는 집에는 봄이 오지 않는다

긴 겨울이 끝나갈 즈음 마을 끝 헛간에 불씨 하나가 살아 있었다.

누군가는 그 불이 위험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연기가 난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 불씨가 있었기에 밤을 넘길 수 있었고,

손을 녹이며 내일을, 나아갈 길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불은 가끔 불편하다. 더구나 추위와 어둠을 잊은 뒤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불을 두려워하는 집에는 끝내 봄이 오지 않는다.

     

오늘의 보수 정치는 그 집과 닮아있다.

불을 피운 사람을 반기지 않고,

불을 지키던 이는 가장 먼저 밖으로 내보내진다.

싸움의 한가운데서 몸을 던진 이는 “너무 뜨겁다”는 이유로 물러나게 하고, 난롯가에서 온기만 나누던 이는 “안정적이다”는 말로 자리를 차지한다.

     

보수는 사람을 챙기지 않는다.

사람 대신 줄을 챙긴다.

고향이라는 이름의 끈, 동문이라는 고리, 사사로운 인연이라는 매듭이 정치의 방향과 그들의 운명을 가름한다.

그래서 길 위에서 비를 맞던 이는 잊혀지고, 처마 밑에 서 있던 이는 남는다.

     

투쟁은 보수에게 늘 애매한 존재다.

필요할 때는 깃발이 되지만 상처가 생기면 곧바로 짐이 된다.

피 묻은 손은 숨기고 깨끗한 얼굴만 앞에 세운다.

그 결과 보수의 깃발은 늘 바람에 약하다.

천은 새것이지만 매듭이 약하기 때문이다.

     

진보의 풍경은 다르다.

그곳에는 늘 시끄러운 장터가 있다.

말이 넘치고 실수도 많고 때로는 감정이 앞선다.

그러나 그 장터에는 사람이 남는다.

말을 배우고 다투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서툰 채로 자리를 지킨다.

그래서 진보는 늘 어수선하지만 비가 오면 함께 젖는다.

     

반면 보수는 늘 정갈하다.

그러나 그 정갈함은 비를 피한 결과다.

비를 맞은 이는 “과하다” 불리고, 소리를 낸 이는 “부담스럽다” 평가된다.

결국 남는 것은 조용한 그림자뿐이다.

정치는 그림자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나무는 겨울을 견디며 잎을 버린다.

그러나 뿌리는 지킨다.

그 뿌리 덕에 봄이 오면 새순이 난다.

보수는 이 질서를 잊었다.

눈에 띄는 잎만 가꾸고 보이지 않는 뿌리는 돌보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바람 앞에서 흔들린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 정치는 시간을 이길 수 없다.

오늘의 편안함은 내일의 공백이 된다.

싸운 이를 품지 못하는 정치는 언젠가 싸울 사람을 잃는다.

그리고 그때는 아무리 깃발을 흔들어도 응답하는 손이 없다.

     

불은 위험하다.

그러나 불이 없으면 집은 차갑고 말은 얼고 길은 이어지지 않는다.

     

이제 보수는 선택해야 한다.

불씨를 꺼뜨릴 것인가 그 불을 감당할 것인가.

사람을 밀어낼 것인가 사람과 함께 뜨거워질 것인가.

     

불을 두려워하는 집에는 결국 봄이 오지 않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2025. 12. 29 자유언론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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