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국민연합 성명] 졸속으로 공영방송 KBS의 수장을 선임하지 말라.
개정 방송법에 명시한 15명의 이사회를 완성한 뒤 KBS 사장을 선임하라.
공영방송 KBS의 사장을 뽑는 일은 몇 사람의 판단으로 서둘러 끝낼 일이 아니다.
KBS 사장은 한 방송사의 경영책임자를 넘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그리고 앞으로의 길을 책임지는 자리다.
그런데 지금 KBS 사장 선임 절차는 출발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을 안고 있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 법정 정원은 15명이다. 그러나 현재 임명된 이사는 8명뿐이고 7명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KBS 이사회 스스로도 출범 당시 미임명 이사들의 조속한 추천을 촉구하면서, 다양한 주체가 추천한 15명의 이사가 독립성과 다양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15명의 이사회를 두도록 법을 바꾸어 놓고 왜 8명만으로 KBS의 새 사장을 뽑으려 하는가.
이는 단순히 일곱 자리가 비어 있다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개정 방송법이 이사회 정원을 확대하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한 취지가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인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느냐의 문제다.
그럼에도 8인 체제의 KBS 이사회는 지난 8월 26일 신임 사장 임명제청 절차와 방법을 의결했고, 현재 제28대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9월 28일 마감된 공모에는 28명이 지원했으며, 이사회는 10월 서류심사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평가 등을 예정하고 있다.
더구나 이 절차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다툼도 진행되고 있다.
박장범 현 KBS 사장은 15명 정원의 이사회가 8인 체제로 운영되는 상태에서 신임 사장 임명제청 절차를 의결한 것은 법적·절차적으로 부당하다는 취지로 선임 절차 중단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KBS 측은 8명이 법정 정원의 과반수이므로 이사회 업무와 의결이 적법하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주장이 법적으로 타당한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중함이다.
사장 선임 절차의 효력을 놓고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절차를 서둘러 진행한다면 그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최근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KBS 보도 개입 논란 역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KBS 보도를 둘러싸고 민주당 한준호 의원실 보좌진의 KBS 접촉 여부와 그 성격을 놓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은 보도에 대한 부당한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반면, 한 의원실은 기사 수정·삭제나 후속 보도 중단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위법 여부는 확인과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만큼은 분명하다.
KBS의 보도와 편성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어떠한 정치권력도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의 독립을 말하면서 정치권과 KBS 보도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그 경위가 무엇이었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하며 이를 계기로 KBS의 편집권과 제작 자율성을 정치권으로부터 더욱 단단하게 지켜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차기 KBS 사장 선임은 한 점의 절차적 의혹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
지금 KBS가 마주한 경영환경 또한 엄중하다.
OTT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미디어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KBS는 콘텐츠 경쟁력, 지역방송 활성화, 수신료 제도, 디지털 전환, 공공서비스 확대와 재정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따라서 차기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조직 관리 능력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의 방향을 제시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되살리며,
지역방송의 역할을 새롭게 세우고,
국민에게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사장 선임의 절차적 정당성은 중요하다.
우리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가 KBS 사장이 되느냐에 앞서 어떠한 절차를 거쳐 사장이 되느냐를 묻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KBS 이사회 법정 정원 15명의 구성을 모두 완료한 뒤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라.
15명의 이사회를 법으로 정해 놓고 8명만으로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면, 나머지 일곱 자리를 통해 구현하려 했던 대표성과 다양성의 취지가 충분히 실현됐는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둘째, 현 사장이 제기한 사장 선임 절차 중단 가처분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그 판단에 앞서 되돌리기 어려운 절차를 서두르지 말라.
법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영방송 스스로 불필요한 혼란을 키워서는 안 된다.
셋째, 정치권은 KBS의 보도와 편성의 독립성을 철저히 존중하고, KBS 이사회는 사장 선임의 전 과정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공영방송의 독립은 어느 한 정권이나 정당에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방송의 보도와 편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KBS는 어느 정권의 방송도 아니며 어느 정당의 방송도 아니다.
KBS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러므로 공영방송의 수장을 세우는 절차부터 누구에게도 빌미를 주지 않을 만큼 엄정해야 한다.
15명의 이사회를 먼저 온전히 구성하라.
법적 논란을 해소하라.
그리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하게 사장을 선임하라.
공영방송의 독립은 말로 선언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의 손은 멀어지고, 절차의 원칙은 가까워질 때 비로소 국민의 방송이 바로 선다.
2026년 9월 29일
자유언론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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