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언련 논평] 대통령 ‘연임 개헌’ 불가? 국민이 청와대 말 믿겠나?
- 자언련

- 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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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을 놓고 ‘국민의 선택 문제’라고 밝힌 건, 아무리 좋게 봐도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불가’를 명시한 현행 헌법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조 의장의 해괴한 발언은 취임 후 처음 연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고 하지만, 준비된 ‘작심 발언’이라는 의심을 살 만 했다. 더구나 조 의장은 얼마 전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정무 특보였다. 많은 국민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발언으로 들었을 것이다.
정무 특보 때는 물론이고 민주당 중진의원 시절에도 조 의장은 신중한 성격이라는 평판을 받았다. 그런 조 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물론 “시기상조”라느니, “여러 정치적 당사자가 합의해야 할 문제”라느니 하며 변죽을 울리기는 했다. 그러나 ‘나중에 개헌 자문위나 개헌 특위에서 의견을 수렴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전체 맥락에서 볼 때 연임 개헌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말이 됐다. 국민의 뇌리엔 ‘국민이 선택하면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도 가능하다’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남았을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금지한 헌법 조항은 128조 2항이다.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라는 내용이다. 제3공화국 이전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대통령 임기 연장 개헌이 반복된 전례가 있다. 그런 장기 집권 기도를 원천 차단하는 헌법적 장치가 바로 이 조항이다.
그런데 조 의장은 민중민주주의적 발상으로 볼 여지가 있는 ‘국민의 선택’을 내세워 헌법 128조를 흔들었다. 민중민주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면서도 모든 것에 ‘국민’을 앞세운다. 국민이 선택하기만 하면 장기 독재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조 의장이 속한 진영이 오랜 세월 끊임없이 험구를 퍼부은, 권위주의 정권의 임기 연장 대통령들도 형식적으론 ‘국민의 선택’이란 절차를 거쳤다. 조 의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예상보다 역풍이 거셌는지, 조 의장 측은 ‘원론적인 발언’이었다는 준비된 답변을 내놓고 발을 뺐다. 청와대도 서둘러 진화에 가세했다. 하지만 벌집을 쑤셔 놓고, ‘영혼 없는’ 말 몇 마디로 사태를 진정시키긴 어렵다. 청와대의 섣부른 ‘지원 사격’은 되레 의혹과 혼란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의 29일 MBC 라디오 발언이 바로 그랬다. 홍 수석은 조 의장 발언에 대해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조 의장 측 해명의 단순한 재탕이 설득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설마 조 의장이 뻔한 얘기를 하려고 기자간담회를 열었겠는가. 홍 수석은 “(이 대통령도) 현행 헌법상 가능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라며 ‘청와대 조율설’을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은 헛심만 쓴다는 인상을 줬다.
귀를 의심케 하는 진짜 헛발질은 그다음에 나왔다. 그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5년 단임제가 문제가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4년 중임제가 대체로 제일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라면서 “어떤 제도를 선택할지에 대해 국회가 먼저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했다. 조 의장의 ‘국민 선택’ 조건부 ‘연임 개헌 가능’ 발언과 다를 게 없는 말이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 이재명 정부가 ‘연임 개헌’을 생각하고 있다는 의혹이 그냥 나왔겠는가. 되돌아보면 이 대통령이 중용한 조원철 법제처장의 발언이 기폭제였다. 그는 작년 10월 국회에서 ‘연임 개헌을 하면 현직 대통령도 적용되느냐’라는 ‘답이 정해진’ 질문을 받고,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는 기답(奇答)을 내놨다. 법제처장이란 사람이 “위헌이어서 불가능하다”라는 명명백백한 정답을 피한 것이다. 그 후 이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연임 주장’이 확산했다. 최근 이 대통령을 겨눠 날을 세운 유시민 씨도 “대통령 연임은 불가하다”라고 했다. 그럴 만한 배경이 없다면, 콕 집어서 이런 말을 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에선 조 의장의 발언을 일종의 ‘애드벌룬’으로 보는 관측도 나온다. 특정 정치세력이 속셈을 숨긴 채 여론의 반향을 살피는 정치 기술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런 애드벌룬은 통상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대 여론이 무뎌졌다 싶으면 다시 띄운다. 풍향과 풍속의 변화를 살피면서 사전 정지 작업을 해야 할 지점과 결행 시기를 타진한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여론의 반발 수위가 낮아지는 건 부수적 효과다. 무르익을 때까지 음모는 감추지만, 실행 의지는 포기하지 않는 게 애드벌룬의 본질이다. 언제가 됐든 대통령 ‘연임 개헌’ 주장이 다시 나오면 집권 세력의 시커먼 속도 드러나는 셈이다.
우여곡절 속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중단된 이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상식을 뛰어넘는 폭거가 이어졌다. ‘사법 개혁’이란 이름으로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헌재 4심제 등이 법제화됐다. 민주당엔 대통령 ‘공소 취소’ 의원 모임이 생겼고,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주는 법안도 나왔다. 우리 국민은 그 과정을 다 지켜봤다. 그런 국민의 눈에 대통령 ‘연임 개헌’은 절대 아니라고 펄쩍 뛰는 청와대가 어떻게 비쳤을지 궁금하다. 그만큼 국민의 신임을 받고 있는지부터 되돌아봤으면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연임은 없다고 국민 앞에 분명히 선언하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연임은 없다’라는 다섯 글자면 모든 논란은 한순간에 종식될 거라는 말도 했다. 물론, 이 대통령이 응할 거라는 기대를 품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이 대통령이 ‘연임 불가’를 선언한다고 해도 100% 믿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도, 보유세 강화도 절대로 안 한다고 했다. 현실은 180도 반대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이 깨어나 여론과 표(票)로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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