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성명] 사람 목숨에도 귀천이 있는가.
- 자언련

- 2023년 12월 15일
- 2분 분량
1997년 5월, 한 젊은이가 전남대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문학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 대학생 행세를 한 게 그의 죄였다. 25살 이종권 씨는 전문대 졸업생으로 경찰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런데도 남총련 간부들은 이 씨를 경찰 프락치로 의심하며 7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때리고 물고문 전기고문을 가해 죽였다. 그 자리에 정의찬 남총련 의장도 있었다.
2023년 12월 14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후보자 검증위원회에서 정의찬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정의찬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을 맡았고, 지난 8월에는 민주당 대표 특보로 임명된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다. 하늘에서 고 이종권 씨가 정의찬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탄식하겠는가.
민간인을 고문해 죽인 상해치사범이 과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후보가 될 수 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라면 이런 사실을 보도하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옳다. 그런데 MBC는 아직 메인뉴스 리포트는커녕 그 흔한 단신 한 줄 쓰지 않았다.
대신 MBC 뉴스데스크에는 MBC 기자들이 ‘언론인권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올랐다. 건설노조원 고 양회동 씨 분신 사건을 검증 보도한 공로였다. MBC는 ‘언론인권상이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인권 신장에 이바지한 언론인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바로 그 뉴스에서 상해치사범이 국회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기사는 누락됐다. 가짜 대학생을 때려 죽인 것은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건지, 그 양면성이 치를 떨게 만든다.
사람 목숨에 대한 MBC의 이중 기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월 7일 MBC 뉴스데스크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24살 김용균 씨가 사고로 숨졌는데, 대법원에서 원청업체와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기사를 톱 리포트 2개로 보도했다. 앵커는 첫 멘트로 “오늘 뉴스데스크는 또다시 우리 법이 약자를 지켜주지 못한 무거운 소식으로 시작한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바로 그 뉴스에서 ‘피살 공무원 월북몰이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는 일반뉴스 거의 마지막에 리포트 1개로 보도했다. 그런 기사는 수도권 외 시청자들은 알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2020년 9월 공무원 이대준 씨의 표류 사실을 알고도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군 시스템상 기록을 삭제한 채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으로 결론 내렸다’고 되어 있다. ‘우리 정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사건’인데 현재 MBC 간부들에게는 ‘가벼운 소식’으로 보였단 말인가.
MBC의 보도 태도를 보면 사람의 목숨 가치도 인권의 중요성도 그때그때 정파의 이익에 따라 달리 평가하는 것 같다. 그러고도 언론인연 하는 걸 부끄러운 줄 알아라.
2023년 12월 15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
죽인놈들을 극형인 사형에 처하고 MBC도 방송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폐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