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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국민연합 칼럼] 트랙터가 멈춘 이유, 잣대가 기울어진 정치.

정치는 말로 시작되지만, 기준으로 완성된다. 같은 말 앞에서 같은 질문이 던져질 때 비로소 정치는 공공의 영역에 선다. 그러나 최근의 풍경은 그 기준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묻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무관세 가능성,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 문제를 두고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먹거리 안전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이며, 농민과 어민의 삶이 걸린 사안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놀랄 만큼 고요하다.

     

과거를 떠올리면 이 고요함은 낯설다. 한때 비슷한 말 앞에서 들판은 움직였고, 트랙터가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소의 발굽 소리가 도심을 향해 울릴 듯했고, 광장은 질문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말은 있었으되, 질문은 멈췄다.

     

이 차이는 사안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잣대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저울이 평평할 때는 같은 무게에 같은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한쪽 접시에 손이 얹히면, 수치는 달라진다. 위험의 무게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저울의 수평이 흐트러진 것이다.

     

일본 수산물 문제 역시 그렇다. 방사능 오염수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바다는 하나이며 위험은 편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반복되었다. 그때 안전은 최우선의 가치였다. 그런데 지금 같은 문제 앞에서 그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수산물이 달라진 것도, 과학적 조건이 바뀐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잣대의 기울기다.

     

정치가 특정 방향으로 기울면, 말은 서로 다른 울림을 갖는다. 같은 표현도 어떤 때는 경고가 되고, 어떤 때는 유예가 된다. ‘검토’라는 말이 그 대표적 예다. 평평한 잣대 위에서는 검토가 질문을 부른다. 그러나 기울어진 잣대 위에서는 검토가 질문을 잠재운다. 그 순간 책임은 연기되고, 침묵이 답이 된다.

     

침묵은 비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 선택의 결과다. 질문을 던질 자리에 덮개를 씌우는 선택, 불편한 논쟁을 피하는 선택이다. 그 선택이 반복되면 공공의 기준은 흐려지고, 남는 것은 계산된 고요다. 민주주의는 그 고요 속에서 약해진다.

     

트랙터가 멈춘 이유는 분노가 사라져서가 아니다. 분노를 재는 저울이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저울이 바로 서지 않으면, 위험은 작아 보이고 책임은 멀어진다. 정치의 품격은 큰 소리에 있지 않다. 저울을 다시 평평하게 놓는 데 있다. 같은 말 앞에서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신뢰는 돌아온다.


2026. 1. 19 자유언론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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