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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언론국민연합 성명] 공기처럼 맑은 방송, 국민이 주인되는 길.

방송은 공기와 같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숨 쉴 수 있도록 민주주의의 폐를 움직이는 존재다. 우리는 매일 방송을 통해 사회를 읽고, 현실을 보고, 세상을 판단한다. 그러기에 방송이 어느 한 세력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공기는 흐려지고 민주주의는 질식의 위기에 처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방송 3법’은 그런 우려를 실체로 만드는 법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언론 독립’의 제도화라고 주장하지만, 들여다보면 특정 정치 세력과 노조, 시민단체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방송의 중심 구조를 해체하는 개정이다. 김우석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은 이 법안에 대해 “방송 3법이 아니라 문화 권력을 둘러싼 진지전”이라 평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언론의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진영 정치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긴 설계다.


물론 현행 방송법이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다. 정치권 추천 중심의 이사 구조, 절차적 불투명성, 노조의 영향력 집중 등 여러 문제점이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법이 결함을 지닌다고 해서 그 법 전체를 부정하거나, 그것을 핑계 삼아 다른 독점을 허용할 수는 없다. 오히려 ‘결함이 있는 채로 지속되어 온 것’이 아니라, ‘결함이 있었기에 균형을 모색해온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현행 방송법을 성찰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공영방송 체제를 설계한 독일은 지금의 방송법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20년의 논의를 거쳤다. 1961년 연방헌법재판소의 첫 방송판결 이후, 연방과 주 정부, 학계, 시민사회, 종교단체가 참여한 치열한 공론을 통해 방송을 ‘국가 권력도, 시장 권력도 아닌 사회 전체의 자산’으로 규정했다. 독일 언론학자 한스하르트 뮐러는 이 과정을 두고 “방송법은 급히 달궈지는 쇠가 아니라, 여러 세대가 돌아가며 식히고 두드리는 종(鐘)”이라 표현했다. 종은 한 번 깨지면 본래의 울림을 잃는다. 그만큼 법은 천천히, 깊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문제는 민주적 정당성과 헌법 원리의 훼손이다. 국민이 낸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 대해, 국민이 아닌 정치·노조·시민단체가 직접 이사 추천권을 갖는 구조는 주권 위임의 원리를 넘어서는 자의적 배분이다. 방송을 비판적 권력 감시의 주체로 보지 않고, 특정 정치적 이해의 병참기지로 삼으려는 시도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반할 뿐 아니라, 오히려 언론의 자유를 억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 언론법학회 회장인 오세욱 교수는 말한다.


“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국가는 동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 그 서명이 없는 보장은 공허하다.”


지금의 개정안은 서명 없는 선언이다. 겉으로는 독립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개입을 제도화한다. 방송을 권력 밖으로 두지 않으려는 욕망이 제도 속에 섞여 있다.


방송은 단지 법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화이자 공기다. 그러므로 새 법을 만들기 이전에, 먼저 ‘국민이 주인 되는 방송법’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국민이 이해하고, 방송 종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질서,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 진영을 떠나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론적 설계가 먼저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 네 가지 원칙을 제안해야 한다.

첫째, 이사회 구성은 국민 참여를 일정 지분으로 보장해야 한다. 정치·노조·시민단체 중심이 아닌, 일반 시민의 숙의와 평가가 반영되는 추천 방식이 필요하다.

둘째, 사장 선임은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구조를 법제화해서, 실질적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을 외부 감사 및 공개 보고서로 담보해야 한다.

넷째, 편성권 간섭에 대한 제재 조항을 명문화하여 실질적인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방송은 ‘이념의 대결장’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과 언어, 감정이 머무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법은 공론의 절차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급하게 만든 법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독일이 20년의 공론으로 법을 숙성시켰듯, 우리에게도 성급한 정치가 아니라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


방송은 공기다. 맑아야 숨 쉴 수 있다. 공기가 흐려졌다는 사실을 인식한 그 순간, 우리는 창문을 열고 환기를 택해야 한다. 그 창문은 바로 국민이 주인 되는 방송법이다. 그리고 그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이 법은 국민이 방송의 진짜 주인임을 선언한다.”


그 문장 하나에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가 달려 있다.


2025. 7. 22

자유언론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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